담배

더 피스. 묵직한 빠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안데스초콜릿 2024. 10. 16. 22:41

지난 여름방학 전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즐거웠다.
이젠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기억에 남는게 하나 있다면
면세점에서 구매한 담배다.
 
나리타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면서 그래도 해외여행왔는데 뭐라도 사가자는 마음으로 면세점을 둘러봤다.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5천엔 남짓이었기에 이 안에서 해결하려 했으나
면세점에 화려하게 진열된 술과 담배를 본 순간
나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술을 고르고
담배를 고르기 시작했다.
항상 펴본 담배는 사기 싫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펴보지 않은 담배를 한보루나 사자니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되었다.
 
기왕 사는거 제일 비싼걸로 사면 후회는 없다 라는 생각으로
비싼 쪽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담배들과 다른 팩모양으로 포장된 파란색 담배가 눈에 들어왔다.
더 고민할 필요 없이 한보루 챙겨서 계산대로 향했다.
키 작고 귀여운 점원이 계산해줬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밤에 귀국해서 연구실 도착하자마자 한 갑을 뜯었다.
각진 포장을 뜯으니 철제 케이스가 나왔고
철제 케이스 내에는 또다시 은박지를 뜯어야 비로소 담배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포장에 신경쓴 담배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속으로 생각했다.
 


은박지를 뜯는순간 은은한 바닐라향이 내 코를 감쌌다.
그때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
한개비를 집어들고 나가서 한모금 물었다.
과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10mg의 강한 타격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목넘김이 이정도로 부드러운 담배는 처음이었다.
이것이 일본의 장인정신인가 느꼈다.
 
이 맛있는 담배를 지인들에게 한갑씩 선물로 줬다.
하지만 아껴피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대다수의 지인들이 이 아까운 담배를
평소 피는 습관대로 하루 이틀만에 다 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앞으로 담배선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걸 하루만에 다핀다는 말인가..
나는 하루에 한개씩 펴서 한갑으로 거의 한달을 가는데...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한국 발매가는 36만원이란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무튼 다음에 일본여행가면 무조건 다시 사온다.
그리고 나만 핀다.
 
내 최애 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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